슬픔에 기쁨에게...

사용자 삽입 이미지


슬픔에 기쁨에게 - 정호승

나는 이제 너에게도 슬픔을 주겠다.
사랑보다 소중한 슬픔을 주겠다.
겨울 밤 거리에서 귤 몇 개 놓고
살아온 추위와 떨고 있는 할머니에게
귤값을 깎으면서 기뻐하던 너를 위하여
나는 슬픔의 평등한 얼굴을 보여 주겠다.
내가 어둠 속에서 너를 부를 때
단 한 번도 평등하게 웃어 주질 않은
가마니에 덮인 동사자가 다시 얼어 죽을 때
가마니 한 장조차 덮어 주지 않는
무관심한 너의 사랑을 위해
나는 이제 너에게도 기다림을 주겠다.
이 세상에 내리던 함박눈을 멈추겠다.
보리밭에 내리던 봄눈들을 데리고
추워 떠는 사람들의 슬픔에게 다녀와서
눈 그친 눈길을 너와 함께 걷겠다.
슬픔의 힘에 대한 이야기를 하며
기다림의 슬픔까지 걸어가겠다.


* * * * *
슬픔에 한탄만 하고
가슴만 치던 내가 있었다
그러나 돌이켜 다시 생각해보면
그 슬픔에 대처하던 나의 자세는
너무나도 유치하고
너무나도 이기적이었다

슬픔에 감사하는
내가 되도록..
다시 한 번
반성하는 오늘이다


Trackback 0 Comment 1
prev 1 ... 17 18 19 20 21 22 23 24 25 ... 119 next